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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EASING
ANAHA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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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다섯 시에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 그저 주황색이라는 내 식대로의 혐의가 있을 뿐이지. 그녀도, 그도, 담배를 물고 홀로 처연히, 쳐다보지 않는 눈으로 쳐다보았을 주황색이 어떤 말을 걸어왔을까 하고 내 식대로 눈을 감고 상상해본다. 나는 그나마도 바로 쳐다보기 두려워서, 한 번 회색빛 창틀로 걸러진 옅뿌얀 주황색을 봤다, 어차피 그건 이미 주황색은 아니었겠으나. 내 생각에는 어쩌면 그녀도, 그도, 맨 눈으로는 보지 못하였겠다. 가슴 속을 후비 파고들었을테니까 어떻게든 그걸 막아보려고 담배라도 물어보고, 눈을 거무스름하게 뜨지 않았나 싶다. 주황색이 가슴 속을 들이파면 아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스스로 자기가 거기 속해있지 않음을. 그래서 발 끝이 닿지 않아 허우적거릴 그 허공으로 달음질 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몇 번이나 간신히 꽁초를 바깥으로 버리며 견뎌내다가, 어느 날은 하는 수없이 그 공으로 도움닫기 하는 것이다. 주황색이 부르니까, 어쩔 수가 없지않은가. 나는 생각이란 걸 하니까 눈을 감아 주황색이 말거는 것을 모른체 한다. 그러나 그녀와 그를 느껴보고 싶은 애타 들어가는, 그리운 마음은 어쩔 수가 없고, 살짝 비겁하게 회색빛 창틀에 비껴서서 그 뿌얘진 주황색을 슬쩍 슬쩍 곁눈질 하였다. 나는 그들과 달라. 다짐이든 사실이든 그렇게 되었다. 그러나 다르지만 보고 싶다. 그는 주황색을 전적으로 향해 뛰어내렸고 그녀는 주황색을 피해 빗속으로 걸어들어갔으나 나는 달라서, 주황색이 남푸른 색으로 저를 물를 때까지 눈을 감고 침묵을 지켰다. 나는 침묵을 지켰고 그렇게 해서 마지막으로 울 수 있는 권리를 가졌다. 오후 다섯 시에는 별로 큰 잘못은 없는데, 다만 비겁하게라도 그와 그녀를 추억하고 싶을 때 그 시간에 혐의를 뒤집어 씌운다. 여전히 눈을 감은 채로이지만.

​아나하타 릴리즈 수련 당시 고통스럽게 들었던 음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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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 by Jiyeon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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